[기고] 한민족(韓民族)의 상징 ‘씨름’, 이제는 마케팅으로 승부할 때


  

씨름협회 의지와 혁신이 필요한 시기

대한씨름협회 홈페이지 메인 이미지

 한국 고유의 명절이면 민속씨름대회가 열린다. 이번 추석에도 경북 구미에서 6일간 민속씨름대회가 개최되었다. 우승상금도 기존 2천만원에서 3천만원으로 인상됐다. 다른 종목에 비하면 적은 금액이지만 남자 민속씨름이 4체급인 점을 감안하면 우승상금만 12천만이나 된다. 여기에 여자씨름 3체급과 8강 진출자까지 상금을 지급하면 25천만 원이 훌쩍 넘는다. 씨름협회의 의지가 보이는 부분이다.

 

아무래도 민속씨름이 국민들로부터 사랑을 받는 민속경기이고 방송으로 중계되고 있어 상금을 줄 수 있는 명분과 혜택이 마련되는 듯하다.

 

그러나 이번 추석대회는 KBS 본방이 아닌 케이블채널인 KBSN 스포츠에서 방송됐다.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 설날이나 추석의 민속씨름은 KBS 시청률이 7%(닐슨미디어리서치)에 이르기도 한다.

 

하지만 케이블채널에서 방송하면 시청률이 턱없이 낮아지게 된다. 이는 곧 민속씨름 시청자가 줄어드는 것을 의미하고 씨름의 인기가 더 하락하는 원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스포츠전문채널에서 방송된 것을 부정적인 것으로만 볼 것은 아니다. 최근 국제스포츠계에서는 스포츠전문채널을 선호하고 있다. 이미 국내외 프로야구와 프로축구, 골프, 프로농구, 그리고 프로배구도 스포츠전문채널에서 중계되고 있다. 씨름협회도 이러한 사회적 현상에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민속씨름의 인기가 하락하고 있는 지금의 씨름계 문제는 어디에 있을까?

 

필자는 씨름인을 떠나 한명의 민속씨름 팬으로서 깊이 고민해 보았다. 선수들의 경기력이 예전 같지 않아 재미없는 것인지? 시청자 혹은 관람객의 기호가 바뀌어서 재미없는 것인지? 필자는 후자를 택하고 싶다. 민속씨름의 경우 경기 그 자체만으로 인기스포츠 반열에 오르기란 결코 쉽지 않다. 콘텐츠가 부족하다. 1983년 민속씨름이 출범할 때의 환경과 지금의 환경은 전혀 다르다.

 

냉정하게 판단해보면, 지금 선수들의 기량은 과거 유명 선수들과 비교했을 때 결코 뒤지지 않는다. 과거 이만기, 이승삼, 손상주, 이기수 등과 같이 기술씨름 선수들의 인기가 높았지만, 이때는 씨름 그 자체가 우리 국민들에게 아낌없는 사랑을 받았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일까?

 

최근 몇 년간 진통을 겪은 씨름협회를 주목해야 한다. 씨름협회는 정부로부터 약 40억 원이 넘는 예산을 지원 받는다. 예산의 많은 부분은 대회개최와 관련된 행사에 지출되고 있다.

 

대회개최에 집중하다보니 씨름 소비자인 팬이나 관중들의 기호에는 무감각하다. 민속씨름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대회만이 아니라 소비자 기호가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것이 우선시 되어야 했다.

 

단적인 예이지만, NBA는 마이클조던을 슈퍼스타로 부각시키면서 세계인의 사랑받는 스포츠가 되었고, NIKE의 골프사업은 타이거우즈와 타이틀스폰서 계약을 통해 1998년 미국 골프의류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고 매출도 60%나 증가시켰다. 골프 볼의 경우도 시장점유율 1%에서 4%로 상승시킨 일화는 마케팅의 힘이 얼마나 위대한지를 보여준다.

 

공성배 교수

해외 인기스포츠 단체들은 마케팅에 사활을 걸고 있다.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지금 씨름협회의 직원들은 협회 업무행정만으로도 버거울 정도다. 또 마케팅 전공자도 없다. 이렇다보니 씨름활성화를 위한 마케팅에도 많은 제약이 따른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씨름협회도 마케팅 전문가를 활용해야 한다. 물론 씨름협회가 일을 안했다는 것은 아니다. 협회차원에서 씨름팀 창단, 해외 팀과의 교류 및 홍보,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등재추진, 씨름문화재 지정 홍보활동 등의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 사업들도 전문적인 마케터(marketer)의 손길이 필요했다.

 

씨름협회가 마케터 고용이나 직접적인 마케팅을 하는데 어려움이 있다면 스포츠마케팅 대행사와 계약을 통해 업무를 추진하면 된다. 마케팅 대행은 스타마케팅, 방송스폰서십, 머천다이징(merchandising), 광고권 대행, 선수 및 씨름홍보, 경기유치, 해외경기 및 문화행사 교류, 콘텐츠 개발 등을 추진할 수 있다.

 

이미 많은 스포츠단체들이 마케팅 대행사를 통해 성장하고 있다. 야구, 축구, 골프, 농구 등의 단체와 기업은 마케팅을 왕성하게 한다. 역도연맹, 당구연맹, 체조협회도 스포츠마케팅 대행사와 계약을 체결했다. 이런 선례들을 면밀히 분석해 씨름에도 적용 가능한 것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민속씨름은 씨름협회만의 산물이 아니다. 대한민국 국민 모두의 것이고, 선조들의 것이었으며, 우리 후손들에게 물려 주어야할 문화유산이다. 또 국가무형문화재 지정 131호이며, 2018년이면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될 가능성도 높은 세계인의 무형유산이다. 문화재로서의 씨름과 스포츠로서의 씨름세계는 무궁무진하다. 어느 민족국가의 씨름보다 훌륭하고 재미있다.

 

대한씨름협회는 현재 막중한 자리에 있다. 대한민국의 민속씨름이 씨름협회로 인해 활성화 될 수도 있고, 깊은 수렁으로 더 빠질 수도 있다. 씨름은 열정을 불러일으키는 힘이 있고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 왔다. 또 사랑받을 수 있는 민속스포츠다. 다른 민족국가들처럼 씨름 축제도 만들고 IT의 선진국답게 다양한 씨름산업도 기대해 볼 수 있다.

 

민속씨름의 중심인 대한씨름협회는 민속씨름의 성장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스포츠마케팅 대행을 깊이 고민해 봐야한다. 씨름협회가 새로운 씨름 100년을 설계하였으면 한다. 씨름협회의 건승을 바란다.

 

공성배 교수는 1990년부터 LG증권씨름단에서 민속씨름선수로 활약했으며, 선수시절 3차례 금강장사 정상에 올랐다. 대한씨름협회 상임이사이며, 용인대 격기지도학과 교수, 한국스포츠사회학회 이사, 그리고 대한용무도협회 전무이사를 맡고 있다.

 

[글. 공성배 교수 | 현 용인대 격기지도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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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소

    우리나라 씨름도 예전처럼 활성화 되면 좋겠네요!!

    2017-10-11 16:52:42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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